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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CGV에서 <변산> 관람. 일산CGV 1관은 맨 끝에 앉아도 괜찮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관이었다. 아 변산.. 살짝 많이 아쉬웠다. <동주>, <박열>을 통해 얻은 이준익 감독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혹평을 했을 영화이다. 줄거리가 상당히 전형적이고, 지나치게 오락적인 영화이며, 무엇보다 캐릭터의 매력이 없다. <동주>, <박열> 했을 때, 딱 떠오르는 동주와 박열, 그리고 그 옆에 주인공보다 더 빛이 났던 인물인 몽규와 후미코 같은 캐릭터가, <변산>엔 없다. 말하자면 이준익 감독은 영화의 제목에 충실한 것 같다. <동주>와 <박열> 땐 동주와 박열에 충실했고, <변산>에선 변산에 충실했다. 그런데 ‘변산’이란 도시는, 영화에서 표현된 것처럼 ‘노을 밖에 보여줄 것이 없는 고향’이다보니, 매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어딘가에 내 애정을 쏟을 대상이 부재한 영화이다. 말했듯이, 캐릭터도 별로고, 변산은 뭐 <곡성>이나 <윈드 리버>처럼 무슨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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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이 몇 개 없다. 그러나 그 중 하나인 스토리 역시 처음에 말했듯 전형적이어서 영화의 점수를 깎아 먹는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로 볼 수 있겠는데, 이 부자는 꽤 격하게 부딪힌다. 서로 쌍욕을 하기도 하다가, 심지어 나중엔 주먹까지 오고 간다. 그러던 부자지만 마지막엔 결국 화해한다는 결말. 아버지와 상당한 트러블이 있는 나에게 맞춤형 이야기였지만 아들인 나의 입장에선, 아들 학수(박정민)의 용서가 이해되지 않았다. 감독이 아버지의 위치에서 이해 받기 위해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끊임없이 들었던 것이 원인이다. 내가 학수였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이건 뭐 내 경험에 따른 주관적인 느낌이니, 좋았다는 사람에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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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건 랩이다. 랩 실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랩에 있어서만큼은 영화를 보는 것만큼 까다롭다. 그래서 어차피 랩은 기대하지도 않았었고, 박정민 배우도 딱 기대하지 않은 만큼의 랩을 하셨다. 랩을 ‘열심히’ 듣지 않는 사람들한테는 잘하는 것처럼 들릴 그런 랩을. 내가 아쉽다고 한 점은 랩의 활용이다. 랩이 그저 도구로 밖에 쓰이지 않았음이 너무 아쉬웠다. <동주>처럼 중간 중간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랩이 쓰인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뿐인 것이 아쉬웠다. 랩이 좀 더 진지하게 쓰이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묻고 싶다. 학수는 왜 랩을 하는가. 그냥 랩이 좋아서? 멋있어 보여서? 학수 역시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흔한 래퍼지망생 중 하나로 그려 진 것이 일단 별로였고, 그것에 실패했다면 최소한 래퍼라는 점이 뒷이야기의 학수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학수가 래퍼라는 점이 활용되는 장면은 아까 말한 중간에 랩이 삽입되는 순간뿐이다. 이준익 감독이 힙합, 랩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선명히 느껴졌다. 왜 굳이 랩을 건드리신 걸까. 나는 영화의 첫 장면이 쇼미더머니 오디션 현장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며, 이준익 감독이 청년들이 이 쇼미더머니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뭔가 한 마디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 발견, 그 시선 자체는 좋았다. 여기에 모든 것을 거는 이 청년들을 굽어 살피시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신 것. 멋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까지는 하지 않으신 것 같다. 그들을, 우리들을 이해하는 것에는 실패하신 듯하다. 아 다음번엔 하고 싶은 거 말고, 잘하는 거 하셨으면 좋겠다. 혹평을 했지만 끝은 응원으로. 내 사랑하는 인생 영화 <동주>. 곧 다시 한 번 보며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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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더콰이엇 영화에서 봐서 되게 반가웠는데, 더콰이엇형 연기 너무 어색하더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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