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2005)
꿈은 인간이 인간에 대해 연구한 학문 중에 가장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인간이 안다고 자부하는 것 중에 가장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누군가 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아무리 마음대로 표현을 해도 누구도 감히 틀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증명할 수 없으니까, 마치 이순신 성대모사 한다 하고 대충 “이노옴!” 했던 개그맨에게 아무도 틀렸다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그냥 먼저 주장하는 사람의 자유다.
이 자유를 믿고 감독(미셸 공드리)은 감히 ‘과학’이라는 신뢰의 이름을 달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인사이드 아웃>처럼 우리의 무의식을 컨트롤하는 어떤 의식이 있다는 설정인데, 인사이드 아웃의 성인 버전 더하기 훨씬 더 불규칙하고 난장판이지만 어느 정도 '그럴듯하긴 하다'는 느낌이 든다. (꿈이 그럴듯하다고 말하는 건 이상하지만)
근데 너무나 아무렇게 만든 나머지 영화의 줄거리마저 아무렇게나 돼버린 것 같다. 주인공 스테판은 어릴 적부터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설정이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꿈과 현실이 바뀌는 나머지 보는 관객마저 헷갈려 버리는 게 문제다. 적어도 보는 우리한텐 이게 꿈이고 현실인지 좀 알려주지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곱씹어봐도 어떤 것이 현실이었고 어떤 것이 꿈 장면이었는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도 꿈과 현실을 헷갈려했고 끝없는 공상에 빠져 살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자신이 어떠했는지 알려주기 위한 영화였는지, 사랑했던 연인에게 과거 미숙했던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만든 영화였는지. 꿈이 정말 아름답게 표현되었고, 그런 장면들만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는 볼 가치가 있지만, '꿈과 현실을 자~알 구분하는' 나는 몰입하지 못했다.
나도 짝사랑했던 여자가 내 꿈에 나타나 내 손을 잡아주었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근거로 스테판처럼 일어나서 그녀에게 친하게 굴었던 적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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