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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우리가 본에게 바라는 것. <제이슨 본>

 

 

제이슨 본 (Jason Bourne, 2016)

 

 

 

 

 

 본 시리즈를 이야기의 재미 때문에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 재미를 떨어뜨린다. 본 시리즈를 좋아했던 건 모든 매체나 홍보 문구에서 말하는 것처럼 액션의 독특함 때문이다. 이야기가 복잡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쯤 나오는 액션 장면이, 그리고 이를 마무리하는 OST <Extreme ways>가 본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다시 돌아온 멧 데이먼의 새 시리즈 <제이슨 본>은 더 어려운 이야기를 들고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전편 <본 얼티메이텀>은 시리즈의 완결이었다. 즉 더 이상 싸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싸울 적이 없는데 다시 싸워야 할 상황은 만드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고 <제이슨 본>은 그 일을 해내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그 모자란만큼 액션이 열일해줘야 했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 액션마저도 특별하지 못했다. 본 시리즈만이 가진 특유의 스타일은 다시 구현되었으나 새롭지 못했다. 아직까지 회자되어 따로 편집되어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본 시리즈의 액션 명장면들 사이에, 2016년 만들어진 영화의 어떤 장면도, 낄 자리가 없었다.

 

 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것이 패착이었을까. 본이 다시 싸워야 할 명분에 대한 이야기와,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안전에 대한 논쟁은 한 영화 속에서 잘 어울리지 않았다. '딥마인드'를 암시한 듯한 '딥드림' CEO의 이야기는 단지 배경으로 머물기에는 너무 거대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상 배경으로 머물러야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자꾸 방해했다. 아마 다음 편을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본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님을 왜 몰랐을까.

 

 

 우리는 본에게 뭔가 어벤저스급의 세계의 평화를 구하는 모습을, 007급의 어려운 미션을 해결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영화 중 가장 짜릿했던 장면은 (사실 영화 내내 짜릿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바로 마지막, 내내 본에게 호의적이었던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 요원에게 사실 다 듣고 있었다며 소심한 복수를 했던 장면. 그리고 그 때 OST가 흐를 때, 였다. 다음 시리즈에선 이런 작은 디테일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