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영화였다. 정확히는 칭찬할 점과 비판할 점.
먼저 칭찬할 점은 캐릭터들의 개성이 다 잘 살았다는 것. 조커 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히스 레저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 이 세상에 또 누가 조커를 다시 표현 할 수 있을런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는데 자레드가 너무나 완벽히 그것을 해냈다. 히스의 조커와는 분명히 달랐지만, 부족한 조커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연기였다.
둘째로 할리퀸. 거의 이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를 만드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었는데 특히 미치게 된 과정이 재밌다. 원래 조커의 담당 정신상담자였다가 오히려 그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오히려 조커보다도 더 미친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상인일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미친놈인 데드샷. 역시 윌 스미스 얼굴이 잘 살린 것 같다. 근래 기억나는 총을 주무기로 삼는 캐릭터 중에 가장 총을 잘 쏘는 것 같음. 자신을 협박한 사람에겐 꼭 복수한다는 식의 설정도 좋았다. 본래 백인 캐릭터라는데 왠지 흑인인 게 더 찰졌다.
이거 빼고 전부다 단점이었다. 사실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이나 매력 포인트들은 대부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거고 연출자들은 그저 그것들을 비주얼로 표현했을 뿐, 것도 실은 연기자들이 다 한 거다. 연출자들이 잘 한 거라곤 캐스팅정도가 있겠다. 그래 그럼 캐스팅까지 칭찬할 거라고 쳐주고 나머지는 다 별로였다.
가장 별로였던 것은 이들이 싸우는 이유가 같잖았다는 것. 미친놈들이니 그냥 대충 싸우게 했어도 그러려니 넘어갔을 텐데, 자꾸 진지한 이유를 갖다 붙이니 애들 장난 보는 것 같았다. 그냥 미친놈들이 미친 능력을 어떻게 전투에 사용할지가 궁금했던 영화였는데. 핀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 뭐 어떤 캐릭터라도 싸우는 이유를 쥐어주는 건 좋다. 근데 그게 이딴 어린 아이들이나 박수쳐줄 것들의 이유라면 그냥 없는 게 나앗을 것 같다. 원래 미친놈들이 미친 짓을 하는 이유는 미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설명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름 미친 자들을 이유를 갖고 행동하는 캐릭터들로 묘사함에 따라, 캐릭터들의 광기가 꽤 줄어든 것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아쉬움이었다. 위에서 조커 캐릭터를 칭찬하긴 했으나, 이번 영화에서 조커는 생각보다 덜 미친놈이었고, 그 역할도 미미했다. <다크나이트>의 영향 때문인지 조커는 뭔가 단순히 뺏고 죽이고 터는 것보다 인간의 멘탈을 턴 달까. 그런 점이 좀 약했던 것 같다. 그래도 조커를 영화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긴 하다. 다음 편에서 큰 역할을 기대해본다.
자꾸 DC 유니버스는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 사실 이 정도 저질 영화 수준이면 당연히 다음 편을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일 것이다. 나는 이번 편에서 가장 마음고생 많았을 캐릭터를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 분)로 본다. 아만다는 이 무지막지만 싸이코 악당들을 관리하는 국장 역할의 캐릭터였는데, 이 질 나쁜 악당들 사이에서 아무 특별한 능력 없던 일반인, 것도 여자인 그녀는 영화 내내 꿀리지 않으려고 한없이 나쁜 사람인척을 해댔었다. 난 그녀에게서 DC 코믹스 스토리 관계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어떻게 관리해야할 것인가. 위기의 DC 코믹스를 살리기에 참 충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인데 말이다. 다음 편엔 제발 구슬 좀 잘 꿰어 보시길.
요즘은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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