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나온 영화치고, 김지운 감독 영화치고 꽤 지루한 영화였다. 그래도 그 중 나름 쪼이는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경성행 열차 안에 탄 의열단원 중 한 명을 밀정으로 의심해야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우리의 기차 전문 배우 공유가 머리를 써서(이 방법도 다른 영화에 비교하면 허술했지만) 밀정을 찾아내고, 이상 뒷얘기는 생략한다.
이 부분이 특별히 쫄깃했던 이유는 예상치 못한 데서 온 공포였기 때문이다. 공포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거창한 감이 있지만, 아무튼 영화를 메인 캐릭터인 이정출(송강호)이 밀정인지 아닌지에 집중하며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부에 적이 있다고 하니 관심 밖에 있었던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앞서 이미 흘러간 장면에 내가 놓친 단서들이 있었던 건 아닌지 되새기게 됐었다. 결국 발각된 그 밀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명을 하며 불만을 얘기하는데 주변 동료들은 당연히 그 불만을 처음 들었거나, 혹은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최우선 목표인 독립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것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보다.
이건 좀 무서운 것 같다. 그 밀정 또한 독립을 누구보다 원하고 실제로 꽤 많은 위험을 감수해 왔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뭐 이해된다. 사람이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에도 너무나 갑작스럽게, 또는 어떤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당황스러울, 무서울 것 같다. “사실 니 폭파 계획 졸라 별로라고 생각했어.”
아마(거의 필시) 나도 이미 꽤 많은 불만의 사인들을 받았을 텐데, 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그냥 흘려보낸 불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안 미안하다는 거는 아니고, 미안은 한데, 그냥 이런 고백을 갑자기 듣게 될까봐 두렵다.
아 아무래도 이건 공포가 맞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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