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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BIFF]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2016년 부산 국제 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Merry Christmas Mr. Mo

 

감독 : 임대형

 

 

 

 

 모든 아버지의 가슴 속에는 이런 아름다운 영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시골마을의 이발사 미스터 모, 모금산의 일상은 흔한 아버지의 그것이었습니다. 아내를 여의고 하루 종일 혼자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 밤이 되면 강냉이를 팝콘삼아 캠코더로 찍은 내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이런 홀로 남겨진 외로운 아버지들을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인줄 알았으나, 영화는 자신이 위암에 걸려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스터 모가 갑자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감독이 꿈인 아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감독해주기를 부탁합니다. 실은 둘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거의 강요에 해당됩니다. 영화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도 대물림될 수 있는 것이었던가요. 신기했습니다.

 

 

 갈등, 그리고 이해 끝에 아들은 여자 친구와 함께 영화를 완성하고, 모금산을 알던 마을 사람들에게 상영을 하게 됩니다. 모금산의 영화는 무성 단편 영화인데 영화 속에서 전편이 다 나와 영화를 1+1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감독이 영화 구상을 할 때, 이 단편 영화를 먼저 구상하고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한 편이 완성도가 있고 찡한 감동을 줍니다. 특히 이 영화를 본 영화 속의 관객과, 실제 관객인 내가 서로 마주 보게 되는 순간은 정말이지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개봉한다면 꼭 영화관에서 한 번 보시기를 바랍니다.

 

 

 

 

 죽기 직전의 인간이 왜 갑자기 묵혀 두었던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고자 영화를 만들게 된 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특별한 계기도 보이지 않았었구요.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은 자신의 버킷리스트 실천이라기보단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아버지가 주연인 아버지의 작품을 직접 감독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여태껏 본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중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그만큼 아름답습니다. 모금산이 밤마다 보았던 아들을 담은 캠코더 영상에서, 어린 아들은 아빠(카메라)를 향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대답은 들리지 않습니다. 모금산에게 말하는 듯한 이 영화의 제목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어찌 보면 아빠를 향해서가 아닌, 같은 성을 가진 아들에게 아빠가 마지막으로 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

 

 

 

 

 

 

 

 

이번 영화제 첫 관람작이었는데 카드, 엽서, 팝콘 등을 줘서 모든 영화가 이런 줄 알고 속으로 영화제 짱이네 이랬다.

근데 이 영화만 이렇게 하는 거였음.. 이번 영화제 마케팅 단연 1등..!

강냉이 이에 잘 껴서 안 좋아하는데 영화보고 나서 먹으니 꿀맛이었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