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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4월 27일. 천주정 天注定 A touch of sin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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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정. 天注定. 뭔가 제목이 간지나지 않는가. 제목만 보고 바로 느낌이 와서 오늘은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정>(A tough of sin, 2013)을 보았다. 6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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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다. 해외에서, 그리고 누구보다 정성일 평론가가 높이 평가하는 감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이 감독의 특별전을 했었는데 의정부에 있느라 가지 못했다. 정성일 평론가의 GV도 있었는데, 아까웠다. 이건 며칠 전에 갑자기 생각난 건데, 정성일 평론가를 모셔놓고 이상형 월드컵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16강 첫 문제, 후 샤오시엔 vs 지아 장커 아니 왕빙이 들어가야 하나 에드워드 양이 들어가야 하나. 잘 모르겠다. 그냥 진짜 갑자기 생각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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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정의 뜻은 하늘이 운명(or 인생)을 정한다정도의 뜻인 것 같다. 영화 속 배경 인물의 대사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천주정>은 하늘이 정한 어떤 운명을 보여주는 영화일까. 이 영화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 옴니버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영화이다. 그 네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한 뒤, 각자 방식의 폭력으로 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 하지만 네 명이 모두 같은 상황인건 아니었다. 네 명 중 마지막 청년은 자살을 한다. 폭력을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몸에게 행한 것이다. 또 두 번째 살인청부업자의 경우는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감독은 네 가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이것이 지금의 중국이다!’를 보여주려 한 것 같은데, 이게 중국인 건 내가 잘 알겠지만, 딱히 새롭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영화에서 신선함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영화의 진행 방식일 것이다. 극사실적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어느 순간 너무나 장르적인 영화처럼 변한다. 분노에 찬 인물들이 폭력을 행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그 장면 역시 나는 단 한 번 나온다고 생각한다. 바로 세 번째 인물, 안마 접수원이 칼로 남자를 긋는 장면.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 그리고 감독 본인은 영화가 불현 듯 보여주는 영화적 순간을 두고, ‘무협 영화의 액션을 재현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겐 그 순간이 방금 말한 한 번 뿐이었다. 그래서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재료는 좋았다. 감독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알게 됐다는 실화들, 그 실화들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재료를 그저 함께 두었을 뿐, 잘 비비지는 못한 것 같다. 영화를 비빔밥이라 생각하고 쓴 비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