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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BIFF] 하모니움 / Harmonium

2016년 부산 국제 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

 

하모니움 Harmonium

 

감독 : 후카다 코지 / FUKADA Koji

 

 

 

Harmonium. Harmony의 명사형인 줄 알았습니다. Harmony도 이미 명사지만 더 예쁜 명사형이랄까요. ‘조화스러움정도의 단어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도 뭔가 가족 간의 조화, 화목한 모습이 주로 나오는 감동을 주는 가족 영화일 줄 알았습니다.

 

초반 영화의 전개도 그랬습니다. 비록 과묵한 아빠가 있지만 그래도 화목한 가정이 하나 나오는데요. 어느 날 아빠의 옛 친구가 이 가족과 함께 살게 됩니다. 처음엔 어색어색했지만 넷이 같이 소풍도 가고, 특히 친구가 아빠 딸에게 풍금을 가르쳐주며 점점 조화스러움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영화의 분위기, 특히 흰옷만 입는 친구의 눈빛이,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스멜을 스멀스멀 풍기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일도 진짜 웬만한 한국 막장 드라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장스러운 일입니다. 일본 똘끼는 아무도 못 말리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죄의식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이 불행하게 된 것을 자신의 잘못에 대한 벌로 여기는 아빠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끝까지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몸을 던져 노력하는데요, 그는 가족의 사랑이 필요하기보다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울타리의 안전함보다는 울타리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랄까요. 그런 거짓 관계를 유지할 바에는 그냥 혼자인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영화에 주로 나오는 이 똘끼 때문에 일본 영화를 싫어합니다. 진짜 사람이 저렇게 까지 추악할 수 있는 건가 의심이 들거든요. 그래도 영화의 소재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꽤 후딱 갔다는 느낌이었고 연출적으로 갸우뚱 한 부분도 없었습니다.

아참, 하모니움은 찾아보니 풍금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더군요. 풍금이 중요한 소재이긴 하나 제목으로 쓸 만큼 핵심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