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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 진짜 다 담아버린 <덩케르크>

 

덩케르크 Dunkirk

크리스토퍼 놀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진짜 다 담아버린 영화

 

 전쟁에서의 작전엔 여러 가지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있기 마련이다. <덩케르크>의 역사적 배경인 다이나모 작전의 경우도 그 명성에 걸맞은 복잡함을 갖고 있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되어있던 약 33만 명의 병사를 구출해낸 이 작전은, 작전의 직접적 당사자인 육군과 해군뿐만 아니라, 공군의 협조, 그리고 민간인들의 도움까지 포함된 작전이다. 그리고 모든 작전들이 그렇듯이 이 중 한 부분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전을 제대로 소개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복잡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 되고, 그 도구가 시간의 예술이라 불리는 영화가 된다면, 이는 분량의 문제로 다가온다. 제한된 상영 시간 내에 어떻게 잘 나눠 담을 것인가. 명장 중의 명장이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각 부분의 시간을 빈틈없이 나누고 조각하여, 하나의 퍼즐로 담아내는데 완벽하게 성공한다.

 

 

 

 

 

 

 

'시간 영화'라는 장르

 

 <덩케르크>에는 '시간 영화'라는 장르를 붙이고 싶다. 감독의 열 번째 장편 영화인 <덩케르크>는 놀란이 처음으로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한 것으로도 이슈였다. 그에 따라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진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영화는 놀란의 새로운 도전을 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주특기를 보여준다. 잔교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공중에서의 한 시간을 하나의 타임라인에 올려놓는 것. 서로 다른 시간을 평행하게 나열하는 기술은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바 있다. 이를 장르화하자면 이른바 '시간 영화.' "이것은 전쟁 영화가 아니다."라는 감독의 말은 이 부분에서 궤를 같이 한다.

 

 

 시간 영화가 그의 주특기임을 감안하면, 기획 과정에서 감독은 다이나모 작전 자체보다 이 작전의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시간동안 작전 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더 끌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딱히 영화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아무튼 덕분에 결과적으로 다이나모 작전이라는 소재는 딱 맞는 감독을 만나게 됐다. 영화에서 토미(핀 화이트헤드)와 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레너)은 작전의 초반부터 끝까지, 영화 속 시간으로 일주일간 작전에 속해있었지만, 도슨(마크 라이런스) 일행 같은 경우는 하루, 파리어(톰 하디)는 한 시간 가량만 작전에 속해있었다. 물리적인 시간은 확실히 차이가 나지만, 작전에서 각자의 비중과 기여도는 그 시간에 비례한다고 할 수 없다. 놀란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절대적 시간과 상관없이 같은 분량으로 담아냈고, 이를 구현해내는데 아무런 특별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너무나 태연하게 다른 시공간을 이어 붙였는데도 감상하는데, 그리고 몰입하는데 전혀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시간 영화의 장인. 그렇게 작전을 구성했던 모든 것들을 다 담으려했고 그러다가 진짜 다 담아버렸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작전의 모든 걸 담았기 때문에 메시지가 확실히 살았다. 영국뽕 영화라는 평도 많지만 이 작전은 세계사적으로 봤을 때,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칭송해야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가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 영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